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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전략적 입소문, 계기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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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번의 글에서 우리는 특별하고 흥미있는 것, 그리고 게임 메커닉스와 소속감이 입소문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아봤습니다. 이것은 제품의 속성이나 특징, 혹은 브랜드 자체에 입소문이 나기 좋은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런 특성의 유무와 관계없이 입소문이 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을 때입니다. 자체적으로 입소문 요소가 없는 제품이 ‘계기’를 만나면 입소문이 형성되고, 입소문 요소를 가진 제품은 입소문이 더 강력하게 퍼지게 됩니다.

마스(Mars)라는 초콜릿바는 그럭저럭 잘 팔리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매출이 갑자기 증가했습니다. 특별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한 것도 아닌데도 말이죠. 그 이유는 우주 탐사선 패스파인더(Pathfinder)호가 화성(Mars)에 착륙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는 이 역사적인 과학적 사건에 열광했습니다. 원래 마스(Mars)라는 초콜릿바의 이름은 창업자의 이름 프랭클린 마스(Franklin Mars)에서 따온 것이지만 사람들은 패스파인더호가 화성에 착륙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그리고 지인들과 이 얘기를 나눌 때마다 식품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초콜릿바 마스(Mars)를 떠올렸습니다. 

이렇게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나 환경을 ‘계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마스(Mars)의 경우는 인위적으로 계기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마스(Mars)가 유명해질 계기가 ‘우연히’, ‘외부적인 요인’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어떤 브랜드와 제품이 이렇게 우연한 외부적 조건에서 입소문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은 감나무 밑에 누워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확률이 떨어지는 일입니다. 

입소문이 일어날 ‘계기’를 인위적이고 적극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계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가장 대표적인 전략이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전략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이 바로 지마켓입니다. 지마켓은 최근의 정치 격변기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정치적 사건을 입소문의 계기로 만들었습니다.

지마켓은 최순실이 구속되고 독일에서 정유라의 행적을 쫓고 있는 시점에서 ‘어디에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라는 제목으로 ‘#밥은_먹고_다니냐’는 태그와 함께 승마식 운동기구, 사골곰탕, 김, 믹스커피를 함께 구성한 게시물을 SNS에 올렸습니다. 

'어디에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는 한 이대 재학생이 최근 이화여대 특혜 입학 논란을 빚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를 편지글 형식으로 비판한 학내 대자보와 같은 제목입니다. 함께 게시된 사골곰탕, 김, 믹스커피는 독일의 도피처에서 발견한 유류품들입니다. 네티즌들은 이것을 ‘최순실 3종 세트’라고 이름을 붙여 마구 퍼뜨렸습니다. 전형적인 입소문 마케팅의 형태입니다. 

지마켓은 뒤이어 김무성 의원의 ‘노룩 패스’가 화제가 되자 같은 종류의 캐리어 상품을 SNS에 올리면서 ‘#소문은_무성 #바퀴는_스무성’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이 역시 ‘노룩 캐리어’, ‘자율주행 캐리어’ 등의 별칭이 붙으며 맹렬한 입소문의 대상이 됐습니다.

계기를 만드는 또 다른 중요한 방법은 특정한 장소, 시기, 그리고 목적을 브랜드와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일요일엔 오뚜기 카레”가 있습니다. 여기서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가족이 외식을 하지 않고도 특별한 메뉴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품이라는 것이죠. 사람들은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뭘 먹으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 자동적으로 “일요일엔 오뚜기 카레”를 떠올립니다. 

이것은 더 확대가 되어 다른 대화를 하면서도 “일요일”이라는 말만 나오면 일행 중 누군가는 “일요일엔 오뚜기 카레”를 되뇌게 할 만큼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일요일”이 “오뚜기 카레”를 입에 올리게 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젊은 분들에게는 "일요일엔 짜파게피"가 더 익숙하실 겁니다)

현대카드는 카드마다 알파벳을 붙여가며 특징과 혜택을 달리하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M카드 프로모션 때는 특정한 용도와 카드 브랜드를 연결시켰습니다.

“비행기 기다려요? M도 없으면서…쯧쯧 현대M카드” 
“백화점 왔어요? M도 없으면서…쯧쯧 현대M카드” 
“어머 차 바꾸셨네요? M도 없으면서…쯧쯧 현대M카드” 
“여행 가네…비행기티켓 받았어? 어느새 M으로 바꿨어? 현대M카드” 

이 카피를 반복적으로 광고하면 사람들은 공항에서, 백화점에서, 차를 사려고 할 때 현대 M카드를 떠올리면서 왠지 자신이 쓰고 있는 카드보다 현대 M카드가 뭔가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누가 백화점을 간다고 하면 (자세한 혜택을 모르고 있어도) “백화점 갈 때는 M카드가 좋다던데” 라고 훈수를 두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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