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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계층의 굴레에 묶인 청소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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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양반과 중인, 상인, 천민으로 나뉘던 사회적 계급은 왕정체제와 함께 사라져 평등사회가 구현되었다. 절대적 기준에서의 삶의 질이 분명히 나아졌고 기아와 질병의 위협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부와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사회적 계층이 분화되고 있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능력에 따라 계층 간의 이동이 원활해야 한다. 

이제까지 신분 상승을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은 교육이었다. 예전에는 두메산골 아이도 머리 좋고 열심히 공부하면 서울대, 연고대에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어림도 없다. 서울 강남의 유명 입시학원과 고액 과외를 받는 아이들을 당해내지 못한다. 지방학생을 우대하는 정책이 있다지만 서울대에만 겨우 적용될 뿐이다. 

우리의 교육제도는 95%의 청소년을 낙오시키는 시스템이다. 2017년 수능 시험생은 605,988명이다. 4년제 대학의 입학정원은 329,885명이다. 반 수 가까이 무조건 탈락한다. 서울 소재 대학의 입학정원은 8.7%이며 10위권 대학은 5%도 안된다. 요컨대 대부분은 축제의 들러리가 된다. 공부 잘해서 입신양명하던 시절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천행으로 일류대에 들어간다고 해도 간격을 메우기 어렵다. 시골아이들이 개구리 잡으러 들판을 뛰어다닐 때, 부유층 아이들은 어학연수하러 비행기를 탔다. 피아노를 비롯해 악기 한 두 가지는 수준급이고 운동도 한 종목 이상은 기본으로 한다. 여유롭게 자란 탓에 성격도 대체로 원만하다. 언론에 보도되는 일부 재벌2세들의 패악을 보며 전체가 그럴 것이라 착각해선 안된다.

오히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어딘가 비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소심하고 부정적이거나 고집이 세서 스스로 소외되는 길을 택한다. 사실 어울리려 해도 워낙 성장배경이 딴판이고 사고방식이 달라서 저절로 따로 놀게 된다. 이는 직장생활에서도 이어진다.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이 어렵다면 남은 것은 돈 벌어 자수성가하는 길뿐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개미군단이 몰락한 것처럼 대자본과는 게임이 안된다. 어쩔 수 없이 뛰어들어야 하는 소규모 창업에는 블루오션을 노리는 수많은 경쟁자가 이미 질퍽한 싸움판을 벌이고 있다.

상류층과는 출발선이 다르고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도 한계가 명확하다. 이대로라면 아이들은 평범한 소시민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사회를 아이들은 헬조선이라 부르며 자조하고 있다. 제 삶은 제가 알아서 사는 거라고 아이들에게 책임을 미뤄도 좋을까? 흙수저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다른 기회를 줄 수는 없는 것인가?

희망은 인성 계발에 있다. 창의력을 기르고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책을 많이 읽어 사고력을 높이며 경험을 쌓도록 도와줘야 한다. 케케묵은 공자님 말씀 같지만 힘을 길러주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게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놓은 저 단단한 계층의 굴레를 아이들이 무슨 재주로 끊고 나갈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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