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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고] 제아X박주원 서천 콘서트 - 그들의 의미있는 도전



공연 후기를 쓰는 일은 즐겁다. 공연자가 최선을 다해 내게 보여준 것에 대해 내가 다소나마 보답할 수 있어서다. 서천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아X박주원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그들의 팬은 아니지만 서천에서 쉽지 않은 유료공연이라는 점에 끌렸다. 조금이나마 이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서천군민은 반값 할인을 해준다. 도긴개긴이겠지만 그래도 이런 서비스는 서천 사람으로서 뭔가 대접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깍아주는 걸 마다할 사람도 없으니 좋고 공연자도 기왕이면 좀 더 객단가 높은 공연을 하는 셈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한편으로는 먼 길 오는 외지 분에게는 차비라도 깍아줘야 할텐데… 좀 미안하기도 하다.^^

공연은 만족스러웠다. 두 뮤지션이 각자의 색깔을 보여준 무대였다. 나는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농담처럼 주고받는 짧은 이야기 속에서 그들의 꿈과 도전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제아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라는 그룹의 리드보컬로 활약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이전까지 제아를 몰랐다. 이문세는 좀 알아도 아이돌그룹은 잘 모르는 세대인 탓이다. 이문세와 아이돌의 음악은 발라드와 클럽뮤직 만큼이나 다르다. 하지만 앉아서 노래하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스페니쉬 기타에 실린 그녀의 음악은 내 귀에도 잘 들렸고 가슴을 적셨다.

그녀는 도전하고 있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 멤버들이 모두 30대가 되었다. 아이돌그룹으로 활동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이런 경우에 대부분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 연기력을 쌓아 티비나 영화로 나가기도 하고 뮤지컬이나 솔로로 독립하여 새로운 음악세계에 도전하곤 한다. 그녀는 후자를 택한 것으로 보였다.

어쩌면 당연한 결정일 것이다. 그룹 속에 일원이면 자신만의 음악을 하기 어렵다. 더구나 걸그룹은 댄스음악에 특화되어 있기 마련이라 음악적 선택의 폭도 협소했을 것이다. 내 막귀로 듣기에는 그녀의 음색은 소울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는 직접 작곡한 곡도 들려주었는데 폭넓은 음역과 감성적인 창법이 돋보였다.

나는 역량있는 뮤지션의 첫 걸음을 보고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그 꽃망울을 터트리려 하고 우리는 그 중 한 잎의 개화를 지켜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그 과정의 어디쯤에 있든 그녀의 도전이 아름답게 보였다. 그녀가 자신만의 강점으로 자신이 선택한 길을 꿋꿋하게 나아가 끝내 성공하기를 바란다. 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도전하고 이겨내는 사람을 좋아한다.



집시 기타리스트로 알려져 있다는 박주원의 무대도 나는 처음 접했다. 연주 앨범을 5장이나 발표했다면 수준은 이미 중견 음악가의 그것을 넘어선다. 크로스오버 기타리스트라는 그의 프로필이 의미하는 것은 아마도 이것저것 많은 시도와 음악적 변신을 해왔다는 것이리라. 그러나 다섯 장의 음반이 쌓이도록 대중은 그러한 노력을 별로 알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척박한 우리 음악계의 현실을 새삼 실감한다.

기타줄 위를 현란하게 누비는 손가락의 날렵함이 나의 눈을 즐겁게 했다. 어쿠스틱 기타가 들려주는 손톱이 현을 긁어대는 날것의 소리가 나의 귀를 호강시켰다. 잘 듣기 못하던 스페니쉬 기타 연주의 경쾌한 울림이 일상의 권태를 날려주었다.

제아를 제외하면 4인조 밴드이다. 리드 기타를 맡은 박주원 외에 전자 베이스 기타와 퍼커션, 그리고 세컨 기타로 구성되었는데 독특하게도 세컨 기타가 트럼펫을 함께 연주해서 4인조 밴드가 감수해야 하는 음색의 한계를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매력있는 그룹이었다.



특히 퍼커션을 맡은 박광현이 연주하는 생소한 악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잡다한 살림살이를 늘어놓고 있었다. 주된 악기는 ‘카혼’이라는 네모난 상자였다. 그 위에 구부정하게 걸터앉아(오래 앉으면 허리 아플 듯^^) 앞부분을 손바닥으로 두드려 연주했다. 드럼보다 부드럽고 다양한 음색을 들려주었다.

길거리 공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젬버와 다른 점은 전원이 필요한 전자악기라는 점이겠다. 그만큼 표현 영역이 넓어지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술 마실 때 두드리며 놀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보니 원조는 남미의 흑인 노예들이 노래 장단으로 쓰던 것이라 한다.

박주원 밴드의 개성 넘치는 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재능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눈 돌려보면 우리 곁에는 재능 있는 사람이 참 많다. 그런데 일단 경쟁이 너무 심하고 그 경쟁을 뚫고 올라간다 해도 돌아오는 보상이 너무 적다. 평범하지 않게 살기가 참 어려운 세상이다.

제아와 박주원은, 그리고 그 멤버들은 아마도 그래서 만났을 것이다. 서로의 한계를 서로의 힘을 합침으로써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려 한다. 우리 사회처럼 빡빡한 경쟁구조에서는 기존의 것만으로는 나다움을 내세우기 어렵다. 새로운 무언가를 개척하는 것이 보람도 있고 자신이 갖고 있는 미지의 능력을 재발견하는 희열도 가져다 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도전한다. 아이돌로는 선배가 되어버린 제아는 가수로서 제2의 노래를 부르려 한다. 박주원은 대중성 있는 가수와 결합함으로써 자신의 무대를 확장하려 한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라온아트는 무모해 보이는 서천에서의 유료공연문화를 정착시키려 애쓴다.

그 도전의 길에 필요한 것은 능력보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믿지 않으면 나아가지 못하고 나아가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 그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연주자들이 마음 놓고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갖는 것은 서천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큰 기쁨이 된다. 무료공연이 줄어들면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세상에 쓸만한 공짜는 없는 법이다. 공짜 손님은 당연히 대접 받지도못한다. 스스로 격을 세우려면 댓가를 지불해야 함이 당연하다.

책 한 권에 저자가 바친 수많은 시간이 깃들어 있듯이 유료공연은 공연자의 땀과 열정을 우리에게 돌려준다. 멋진 공연을 선물해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내년에는 더 많은 유료공연이 서천에서 열리고 그 모두 만석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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