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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산문> 서리태의 추억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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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태는 서리가 내린 후 수확하는 콩이라 서리태라 부르는데 내 어릴 땐 그냥 검정콩이라거나 쥐의 눈을 닮았다고 쥐눈이콩이라 불렀다. 다른 콩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도 쌀과 함께 바로 밥을 할수 있으며 노화방지와 성인병에 탈모예방에도 좋다고 가격과 인기가 제일 좋은 콩이다. 우리 가족도 서리태를 좋아해서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며 일년 내내 콩밥을 먹는다.

아버님 농사 지으실 적에는 밭은 다른 작물을 심느라 서리태는 밭에 심을 공간이 없었고 주로 논둑이나 하천둑이나 자투리땅에 주로 심는 작물 이었다. 논둑을 일년 동안 무너지지 않게 질퍽한 흙을 삽으로 퍼올려 발로 밟으며 둥글게 다진 후. 모내기를 끝내고 발을 디뎌도 푹푹 패이지 않을 정도로 흙이 어느 정도 마른 후. 지게에 싸릿대를 엮은 바작을 얹어 변소간 한쪽에 일년 동안 모아둔 재를 퍼서 논으로 왔다.

아버님은 앞주머니에 서리태를 넣고.  창으로 논둑을 찔러 홈을 만들고 서리태 세알을 넣으면.  나는 재 삼태기를 들고 따라다니며 자리마다 거름으로 아궁이에서 나온 재를 한줌씩 채워 넣었다. 
시골집에 붙은 텃밭은 산밑에 이백오십평정도의 계단식으로 삼단이었다.  포크레인으로 꼬박 하루를 걸려 밭을 평평하게 한개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돌과 자갈 골라내기를 일주일을 했다.  일년을 묵힌후 서리태를 심었다. 첫해에는 비둘기와 까치가 파먹고 고라니가 뜯고 대 실패였다. 작년에는 또 추위가 일찍 와서 전국적으로 서리태가 흉년이었다. 

올해에는 밭을 다시 갈아야 하는데 내 장난감 같은 작은 관리기로 갈아 엎을려니 감당이 안되어 작년에 심었던 자리에 그대로 서리태를 심기로 했다.  작년에 수확한 서리태 구루터기를 뽑고 그 자리를 호미로 파고 서리태를 서너알 을 넣고 그 위에 아버님 하셨던 재 대신에 퇴비를 한줌 채워 넣었다 .  호스로 물을 흠뻑 주고 이주일이 지나도 이게 어쩐 일인가? 서리태가 하나도 싹이 나오질 않는다. 

장모님이 보시고 썩은것 같다고 한말씀 하신다. 깜짝 놀라  서리태 심은 자리를 몇군데 파보니 서리태가 열을 받아 팅팅 불어서 썩어가고 있다. 아궁이에서 나온 재와는 달리 돼지똥과 톱밥을 섞어 만든 퇴비는 발효가 끝난게 아니었다. 추가 발효가 되면서 열과 메탄가스가 발생하여 발아되던 콩싹이 죽어 버렸다. 판교로 귀촌한 초보농부 강시인이 감자를 심고 퇴비 한줌씩 덮어 주었더니 감자싹이 다 썩어서 감자를 하나도 못 건졌다더니 내가 꼭 그 꼴이다. 

나는 남아있는 한줌의 콩을 새총이라는 농약 코팅도 못한 채 한자리에 한알씩 심었다.  그래도 그 수확이  절반은 건진것 같다. 농사일은 참 어렵다. 경험이 필요하고 풀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땀과 노력이 필요하고 거기에 자연이 하늘이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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