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서산 3.5℃
  • 대전 3.3℃
  • 홍성(예) 3.6℃
  • 흐림천안 2.7℃
  • 흐림보령 3.0℃
  • 흐림부여 3.0℃
  • 흐림금산 4.4℃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영화평> 배우 김혜수 이외에 모든 것들이 난국에 빠진 ‘미옥’

URL복사


범죄조직을 하나의 어엿한 기업으로 만드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나현정(김혜수)은 조직을 은퇴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나현정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만큼 충실한 조직의 해결사 상훈은 새로운 삶을 꿈꾸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현정에게 자신의 성접대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대식 검사는 상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서 영화 속 상황은 점차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 <미옥>은 김혜수의 카리스마를 전면으로 내세운 홍보전략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미옥>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관객은 미옥을 연기한 김혜수가 주인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를 들여다보면 미옥을 사랑하고 함께 하고 싶은 상훈이 이야기를 끝까지 주도하고 김혜수가 연기한 미옥은 상훈의 액션에 반응하는 조연 캐릭터로 느껴진다. 여자를 전면에 내세운 느와르 영화로 표방했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캐릭터는 상훈이라는 남성이다. 이 영화가 여성을 내세운 이유는 상훈이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도록 대응하는 역할을 위함과 모성애를 치장하기 위해서다. 

영화 속 대사처럼 미옥은 그저 ‘불알 있는 척’하는  남성역할을 하는 여성이다. 미옥은 조직에서도 2인자이지만 영화 속 캐릭터 서열에서도 상훈 다음으로 2인자다. 여성을 전면으로 내세운 것 같지만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다. 

이야기 구조에서도 이 영화는 너무 많은 허점이 발견된다. 등장인물들의 어두운 과거사는 그저 대사로만 전달될 뿐 느와르 영화에서 기대하게 되는 캐릭터와 이야기의 깊이, 이와 잘 어울리는 어두운 화면은 너무도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영화의 러닝타임은 너무도 짧은 91분이다. 

영화의 첫 장면을 어둡고 선정적으로 길게 보여줬다면 끝까지 강렬한 느와르로 나아갔어야 하는데 갑자기 모성애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일일드라마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식으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모성애를 등장시키기 위해서 미옥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반대로 미옥이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다보니 모성애를 억지로 넣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이 주인공처럼 보이나 주인공이 아닌 영화인 것은 맞는 것 같다. 

<미옥>, 이안규 감독, 2017.11.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91분.



포토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