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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서프러제트> 영국 여성참정권 투쟁을 영화에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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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러제트’의 번역은 ‘여성참정권론자’다. 20세기 초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위한 운동을 했던 여성들을 그대로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의 시작은 글로, 말로 자신들의 주장을 해왔으나 남성정치인들, 남편들, 직장의 남자상사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서프러제트들이 선택한 것은 남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인 ‘전쟁’을 선포했다. 영화 <서프러제트>는 이 전쟁에서부터 시작한다. 세탁공장 동네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직업을 그대로 이어 세탁일 노동자가 된 모드 왓츠에게 다른 인생은 없다. 

같이 일하는 동료인 바이올렛을 대신해서 영국 의회에서 여성참정권을 위한 증언을 한 후 모드는 이 일을 계기로 공장에서, 남편에게서 배척당하고 급기야 아들과 만날 수 없게 되면서 자신의 권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내 아이가 나와 똑같은 세상을 살아야한다는 사실에 ‘서프러제트’의 일원이 된다. 

영화는 여성참정권 운동을 이끌었던 팽크허스트의 일대기도, 국왕이 참여한 경마대회에 여성참정권을 외치며 죽은 에밀리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집안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차별과 성적 착취를 당한 모드 왓츠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행동하고 소리치는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어 평범한 개인의 변화를 보여준다. 

영화 <서프러제트>는 투표권 한 장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렸던 여성들의 면면을 보여준다. 

개개인의 여성이 처한 어머니와 아내라는 위치에서 피할 수 없는 충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모드는 아들을 돌보지 못해서 결국 남편이 입양을 결정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가족과 투쟁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가족을 선택한다 해도 그녀들을 욕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나의 딸이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반문하며 투쟁을 선택하지만 그 길은 영웅의 길도 찬란한 꽃길도 아닌 갈등으로 점철되면서 피폐해지는 삶을 산다. 

영화 <서프러제트>는 그녀들이 당했던 폭력의 색인 보라색 꽃을 머리나 모자에 꽂음으로써 자신들의 희생을 대변한다. 

자신을 보호할 그 어떤 장비도 없이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곤봉에 나가떨어지지만 어떤 변화를 위해서 요구되었던 개개인의 희생과 고통을 이야기한다.  

<서프러제트>, 사라 개브론 감독, 2016년, 12세이상관람가, 1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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