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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아이 캔 스피크>'하우 아 유', '아임 파인 땡큐, 앤 유'가 전하는 묵직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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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나옥분 할머니는 매일같이 구청 민원실을 드나들면서 민원을 넣는 ‘도깨비할매’로 통한다. 시장 재개발을 막아보고자 개발업자의 불법적인 일들을 고발하지만 민원이 해결된 적은 없다.

 다른 구청에서 전근 온 9급공무원 박민재도 원칙대로 민원인으로만 대할 뿐 나옥분 할머니의 민원은 서랍 속에 처박힌다. 

민원인과 공무원으로만 만났던 두 사람은 나옥분 할머니의 미국 하원 위안부 결의한 채택을 위한 증언을 위한 연설을 도와주면서 나옥분 할머니의 민원이 처음으로 해결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미국 하원 위안부 결의안 채택 시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고 김군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평생 결혼을 하지 않으셨고 모으신 돈을 가난한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기부하셨다.

영화 속 일본군 강제 동원된 위안부는 대부분 일제 강점기의 피해자 모습으로만 다뤄지면서 2000년대와 1940년대라는 시간적 거리만큼 감정적 거리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영화 속 나옥분 할머니는 그 감정적 거리를 뚝 잘라내 미안하다고 말하고 위로해주고 싶은 살아있는 내 할머니가 됐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역사적 사실로만 접근해 피해자의 모습 위주로만 묘사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살아 숨 쉬는 인물로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 속 나옥분 할머니는 자신만의 신념과 생각을 갖고 행동하며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활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연대를 이어간다. 

과거의 사건과 대면하는 방식도 다른 사람들의 설득이나 자극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갖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들보다 앞서 나간 인물이다. 

나옥분 할머니의 회상에 등장하는 일본군 위안소는 전시 장면이 아닌 영화 전체의 맥락을 위한 장면으로 잠깐 등장한 점도 차이가 있다. 

미 하원 청문회장에서 박민재가 나옥분 할머니에게 전한 “How are you”는 어쩌면 오늘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가해 국가 일본과 그동안 외면했던 우리가 전해야 하는 안부 인사여야 한다. 

그리고 나옥분 할머니의 “I’m fine, thank you. And you”는 진심어린 안부 인사에 대한 평범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대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가 끝난 이후 나옥분 할머니의 증언에 대해 일본은 끝내 평범한 안부조차 물어보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다. 

<아이 캔 스피크>,  김현석 감독, 12세관람가. 2017. 09. 21.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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