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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베이비 드라이버> 음악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이야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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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먼저 선곡하고 그에 맞춰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베이비 드라이버>에는 (배급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서른다섯 곡의 OST가 나온다. 

귀에 익숙한 음악부터 처음 들어보지만 흥겨운 리듬감이 충만한 음악까지 감독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의 단순한 사용이 아니라 음악에 덧입혀진 효과음은 새로운 OST가 되고 음악의 박자에 맞춰진 배우들의 정확한 몸짓과 대사는 비트박스가 돼서 총체적인 장면을 연출해내고 있다. 

이런 점들이 아마도 영화 평가사이트인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백퍼센트를 받은 것 같다.

어린 시절의 자동차 사고로 귓속에서 소리가 들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야만 진정이 되는 ‘베이비’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최고의 운전 실력을 갖고 있으며 각 상황에 맞춰 듣는 완벽한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갖고 있다. 

순하고 앳된 얼굴의 베이비는 꼭 지켜야만 하는 아버지, 꼭 갚아야만 하는 빚, 그리고 처음 만난 첫사랑과 자동차 드라이브 여행을 꿈꾸지만 일이 꼬이다보니 잔혹한 범죄에 휘말리면서 인생도 꼬이게 된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뻔한 이야기이다. 10대 청소년의 성장영화가 보여주는 범죄에 연루되고 위기에 직면하고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자신의 죗값을 치루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뻔한 이야기가 새롭게 와 닿는 것은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OST가 있어서다. OST가 플레이되어야 영화는 움직이고 시작한다. 장면의 배경으로 음악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베이비 드라이버>를 지배하는 것은 음악의 리듬감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이를 너무도 잘 보여주는데 복면가면을 쓴 세 사람이 은행에 들어간 사이 ‘베이비는 아이팟에 담긴 음악을 선곡하고 은행에서 돈을 털어 나온 세 명이 자동차에 올라탐과 동시에 음악은 플레이되고 이 리듬에 맞춰 자동차는 액션을 보여주는데 마치 음악의 음표가 눈에 보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면서 음악 자체가 영화 장면이 돼버린다. 

첫 번째 은행털이 임무를 마친 베이비가 건물을 빠져나와 카페에서 커피를 사들고 다시 사무실로 올라가는 롱테이크는 음악과 화면이 단 한 번의 끊김없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한 악장을 듣는 것처럼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음악은 도구가 아닌 이 영화를 규정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나 <뜨거운 녀석들>을 연출했던 에드가 라이트 감독 특유의 위트와 ‘병맛’코미디는 이번 영화에서는 많이 약해졌다는게 조금 아쉽다. 

<베이비 드라이버>,  에드가 라이트 감독, 15세관람가. 2017. 09. 14.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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