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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행정에도 담금질과 두들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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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기그릇 일명 놋그릇이 인기를 얻고 있다. 유기그릇이 대장균의 일종인 O-157 균을 죽인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때 아닌 호사를 누리고 있다. 

가장 질이 좋은 유기로 알려진 방짜유기는 먼저 구리와 주석을 78:22로 합금하여 도가니에 녹인 엿물로 바둑알과 같은 둥근 놋쇠덩어리를 만든다. 

이 덩어리를 바둑 또는 바데기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여러 명이 서로 도우면서 불에 달구고 망치로 쳐서 그릇의 형태를 만든다.

주물 유기와는 달리 정확히 합금된 놋쇠를 불에 달구어 메질(망치질)을 되풀이해서 얇게 늘여가며 형태를 잡아가는 기법으로 만들어져 방짜 유기는 휘거나 잘 깨지지 않으며 비교적 변색되지 않을 뿐 아니라 쓸수록 윤기가 나는 장점이 있다.

유기그릇에는 해충을 쫓아내는 신비한 효능이 있으며, 미네랄을 생성하며 멸균 효과도 탁월하다고 알려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미나리에 붙어 처치 곤란한 거머리를 놋수저로 물리쳤다고 한다.

그러면 구리와 주석의 합금일 뿐인 금속에서 어떻게 이런 효능이 나오는가.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담금질과 두들김에서 생긴 금속의 성분 변화라고 보고 있다. 1200도가 넘는 고온과 차가운 물 사이를 수 백 번 담금질 당하고 수 천, 수 만 번의 두들김 끝에 구리가 가지고 있던 성분과 주석이 가지고 있던 성분이 합해지고 변해서 무공해 금속이 되는 것이다.

일반그릇은 소금이나 간장을 오래 담그면 변질이 되지만 방짜 유기는 여러 날이 지나도 그대로인 이유이다. 심지어 독성 물질에도 반응하고 보온, 보냉 효과 또한 탁월하다.

주석은 잘 깨어지는 성분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구리와 합쳐져서 새로운 성질을 가지게 된 것인가. 이에 대해 학자들은 거듭되는 망치질과 반복적인 열처리가 방짜가 깨지지 않는 비밀이라고 말한다.

필자가 오늘 방짜유기의 탁월함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서천군청 행정 처리를 말하기 위함이다.

행정 처리를 수행하는 공무원도 사람인지라 나름의 성품의 그릇을 가지고 태어난다. 물론 좋은 성품을 더 많이 가지고 살아가는 이도 있겠지만 아주 고약한 성품, 독특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은 행정 처리를 수행함에 있어 지니고 있는 성품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봉사와 친절을 생명으로 국민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와 책임감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도 방짜유기 그릇처럼 담금질과 두들김이 필요하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성품을 끊임없이 뜨거운 불속에 집어넣어 담금질하고 끊임없이 두들기고 망치질해서 체질이 녹아 전혀 다른 국민에 헌신하는 성품의 그릇을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서천 공직사회가 변한다. 그래야 서천군청 행정이 바뀐다. 두들겨지고 망치질 당해서 둥글고 쓰임새 있는 그릇으로 다시 태어나, 어떤 고난에도 흐트러지거나 깨지지 않는 그릇으로 서천군청 행정이 거듭나야한다. 무엇을 수행하고 있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실하게 보여 주는 방자유기 그릇 같은 올바른 서천군 행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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