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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앉아 공부해 보는 것이 평생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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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교육과정 마련으로 참교육 실천
오성초, “판교면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연구에 더욱 힘쓸 것”


<기획인터뷰-젊은서천만들기 프로젝트> 

5월의 어느 날 판교면에 위치한 작은 학교인 오성초등학교 교장실에 한 장의 편지가 배달됐다. 편지 속에는 서툴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내용이 적혀있었고, 그 중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었다.

“학교 교실에 앉아 공부해 보는 것이 평생소원입니다”

마음 한편을 뭉클하게 하는 이 편지의 주인공은 판교면 상좌리 문해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윤순례 할머니로 매년 체육행사에 마을 어르신들을 초청해 온 오성초등학교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못다 이룬 꿈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순례 할머니는 편지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우리 시대에는 초등학교 문턱에 가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우리 할머니들은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받아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학교 방문을 요청했다.

이에 오성초등학교는 참교육 실천의 일환으로 ‘오늘은 할머니랑 학교에서 공부하는 날’을 지정해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특히 단순히 학교를 방문하거나 체험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학생들과 함께 정규 교육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상좌리 문해교실 구선희 교사는 “수업을 받는 어르신들이 평소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을 종종 하셨다”며 “이번 오성초등학교에서 좋은 기회를 제공해 어르신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상좌리 문해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14명의 어르신들은 오성초등학교를 방문해 그토록 꿈에 그리던 수업을 받게 됐다.

학교에 들어선 어르신 한 분은 “사랑스런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다”며 “함께 수업을 받을 생각을 하니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 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문해학교 어르신들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각 학년별로 2~3명씩 참가해 오성초등학교 학생들과 국어와 미술 등 정규 수업에 참여했다.

1학년 수업에 참석한 어르신들은 발음하기 어려운 받침이 있는 글자를 배웠고, 5학년 교실에서는 독서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책 제목만 보고 내용을 추측해보기도 하고, 책을 읽고 난 뒤 책 내용과 관련된 낱말을 찾아 학생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도 가졌다.

함께 수업에 참여한 강주현(오성초 5년) 학생은 “할머니와 공부해보니 마치 새로운 친구가 전학을 온 것처럼 느껴졌다”며 “수업을 듣는 내내 좋아하시는 모습 덕분에 즐겁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마련으로 참교육 실천의 본보기를 제공한 오성초등학교는 2학기에도 학생들의 진로탐색과 연계해 어르신들의 소망과 꿈을 들어보는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 이외에도 송편 만들기, 가래떡 행사, 김장 등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도 계획 중이다.

‘오늘은 할머니랑 학교에서 공부하는 날’을 준비한 오성초 이미선 교사는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처음엔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지만 나중에는 너무나 즐거워하셨다”며  “다음 수업 일정을 물어보시는 어르신 덕분에 너무나 감사했으며, 행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교면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을 연구하는데 더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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