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의 발생은 어떻게 보면 불가항력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고들의 상당 부분은 조금만 관심 있게 관찰하면 예측이 가능한 것들이며, 그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사람은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수용하게 되며, 자극정보는 감각신경을 통해 대뇌로 전달돼 처리되고, 또한 그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의사결정 내용은 운동신경을 통해 운동기관으로 전달돼 인체를 움직이게 함으로써 자극에 대한 반응을 하게 된다. 이렇게 자극을 수용하면서부터 반응을 보이는 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반응시간이라고 하는데, 반응시간이 빠를수록 인간은 긴급 상황에서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게 되며, 이러한 반응시간은 생리적으로 감각신경이나 운동신경과 같은 신경계의 능력과 대뇌의 정보처리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생리적 요인 이외에 반응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자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예측능력이다. 스포츠 상황을 예로 든다면, 야구경기에서 투수가 던진 공이 시속 140km를 넘는 경우 타자까지 도달하는 데는 0.4초 이내의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타자는 투수가 던진 공을 인식하는데 약 0.2초, 스윙하는데 약 0.17~0.20초가 소요되어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보고 판단해 스윙해서 정확한 타격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자들이 투수가 던진 볼을 때려내는 것은 예측을 하기 때문이다. 예측을 통해 상황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한 것이다.
우리사회 곳곳에는 조금만 관심 있게 살펴보면 사고의 발생이 예측되는 부분들이 많다. 사고에 대한 예측은 사고를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능력을 향상시켜 줌으로써 그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사고의 발생과 사고 발생시 일어나게 될 일련의 상황들을 예측하고 각각에 대한 대처방안을 세워 습득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비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예측불가능한 사고들은 어떻게 대비하고 대처해야 할 것인가? 필자의 개인적 소견으로는 잘 계획된 위험환경에 인위적으로 노출시키는 경험을 반복하게 하고, 그 경험을 통해 순간순간의 대처 능력을 학습하게 된다면, 실제 생활에서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하게 되더라도 반복적인 학습에 의해 대뇌에서의 정보처리 능력이 향상되어 사고 순간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해 질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에는 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청소년 단체 활동이나 극기훈련 등의 프로그램 들을 통해 어린이들을 다양한 외부 환경에 노출시키고, 또 그것을 헤쳐 나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켰으나, 최근의 교육현장에서는 사고발생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어린이들을 조금이라도 위험한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을 꺼리고 있다.
행사를 계획함에 있어 그 행사가 갖는 효과성보다는 내제되어 있는 사고발생의 위험성을 먼저 고려함으로써 실외나 교외와 같은 외부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나 스카우트나 청소년연맹, 해양소년단 등과 같은 청소년 단체 활동이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교육부나 교육청의 학습 위주 정책 방향과 사고 발생시 학교가 지게 될 책임과 그에 따른 비난 등이 우려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환경에서 자라난 어린이들이 과연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할 것인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과 같은 교육 상황에서 제2, 제3의 세월호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란 보장이 없다고 본다. 세월호가 침몰한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사고를 통해 말도 안될 만큼 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것은 이러한 안전활동 위주의 학교 교육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작은 위험에도 노출되어보지 않은 어린이들이 어떻게 큰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의 어린이들을 다양한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사고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주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에게 위험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다양한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계획하여 제공해야 하며, 그러한 행사 또한 철저한 준비와 예측과정을 통해 계획했던 교육효과를 위한 사고의 범위를 초과하는 사고에 대한 대비책을 충분히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의 어린이들을 예상치 못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고들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