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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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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을 목격했다가 살인범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 한방 노리다가 일자리도 잃고 가족과도 떨어지게 된, 유명해지는 것만이 목표인 속물 변호사 준영은 현우의 재심 변론을 맡고 진실을 추적하면서 서서히 변해간다. 

변호사는 절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후배들에게 큰소리치던 정우는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20대를 고스란히 감옥에서 보낸 현우를 보며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실화인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토대로 한 영화 <재심>은 약자를 쉽게 짓밟고 편견으로 외면해버리고 진심 어린 사과에도 인색한 우리 사회를, 나아가 국가권력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 속 준영이 재심변론 재판정에서 사법부가 저지른 잘못을 사과한다는 대사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심>은 이미 그 사건이 가진 힘만으로도 관객을 설득시키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영화적인 재미와 캐릭터 설정, 그리고 사건의 전개 등 한 번에 많은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이야기는 중간 중간 어설퍼지고 캐릭터는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런 아쉬움을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두 배우의 힘이 컸다. 특히 정우가 연기하는 속물변호사 이준영의 능청스러움에서 진실을 밝히는 변호사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웃고 울 수 있다.  

최근 한국영화의 경향은 거짓이었으면 좋겠는 진실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실화든 아니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기시감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가 영화에 담겨있다. 

그래서 영화는 꽉 막힌 속을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결말을 만들어 관객들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그러나 <재심>에는 그런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선사하기 보다는 재심이 이뤄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재심의 근거를 획득하고 필요성을 인정받는 것이 본질이라는 점을 영화는 보여주면서 국가권력의 잘못을 진지하게 지적하고 있다. 

<재심> 김태윤 감독, 정우, 강하늘, 김해숙 출연, 2017. 2. 15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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